book review

자백, 평범한 자녀를 최고의 인재로 키워낸 조선 명문가 독서교육법, 나가사키

케이벨르 2023. 12. 6. 23:44

자백

죄를 범한 자는 반드시 죄를 저지른 만큼 법에 따라 심판을 받고 그에 상응하는 형량을 받아야 한다는게 나의 평소 생각이다.또한 용의자 및 범죄자를 다루는 형사,검사들 억압과 강요로 인한 자백을 받아낸다면 참된 수사와 법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다만 그러한 자리,직책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만큼 피의자를 증거와 자료,감,현장 인식에 따라 다루고 죄값을 묻는지는 담당자들의 상식과 인간성,소신이 있느냐에 달라진다고 생각한다.이 글의 형사 도몬씨는 네 개의 사건 사고 현장을 누비면서 피의자들을 인간답게 다루고 피의자가 절로 자백을 받아 내게 하는 멋진 형사,멋진 가장이라는 것을 실감나게 한다.한국에도 이러한 수사관들이 많이 있겠지만 아직은 글로 나타나고 귀에 들어오는 소식은 없다.

 

아홉살 연하의 남편과의 불화 및 돈을 노리고 청부 살인을 저지른 초로의 여성 이야기 낡은 부채,보따리 장사 파키스탄 외국인의 용돈 벌이 삼아 택시 기사 살인 사건,유흥가 골목을 떠돌며 좀도둑질을 하는 데루미의 어처구니 없는 도둑 행각 이야기,버스 기사와 차장 사이로 만나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다 자책감에 그만 애인을 살해 하는 얘기등이 '자백'을 관통하고 있다.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동쪽은 치바,서쪽은 도쿄도 다마,하치오-지,남부는 시즈오카 이즈 반도에 이르는 유역에서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도몬 형사는 현장 감식과 증거,맞닥뜨리기(미아타리수사) 탐문,잠복등을 하면서 용의자의 동태등과 사고 전후의 알리바이를 기묘하게 짜맞추고 이에 용의자에게 인간적으로 다가서면서 용의자 스스로 탈출구를 제로로 만드는등 훌륭한 형사의 상을 보여주기에 족하다.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두 명을 딸이 있는데 딸들의 비위를 맞추려 주말엔 어딘가로 바람을 쐬러 가는 모습등에서 일적인 면에선 프로의식을 보여 주고 있고 집으로 돌아오면 든든한 가장,아빠의 역할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어 이 시대의 멋진 가장이고 수사관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본다.

 

물질 문명과 연인간의 사랑과 배신이 살인 사고로 이어지고 '돈'이라는 물질이 결국 인간의 마음을 황폐케 하고 인간 상실을 경고하고 있음을 읽게 되는데 특히 첫번째 얘기인 낡은 부채는 몇 십년을 같이 살아 온 부부관계였지만 보험금을 노리며 그것도 모자라 얼마나 밉고 살기 싫었는지 모르겠지만 생판 모르는 시골 청년들을 매수하여 와인에 수면제를 타서 죽임에 이르렀는지 자탄해 본다.부부지간,부모자식간 모두 천륜의 정이 흐를텐데 결국은 돈과 배신이라는 욕구와 욕망의 좌절 앞에 인간은 스스로 무릎을 꿇게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평범한 자녀를 최고의 인재로 키워낸 조선 명문가 독서교육법

독서는 잘 하면 득이 되고 못하면 독이 될 수도 있기에 자신의 독서력 수준에 맞게 꾸준하게 읽고 새기고 정리하면서 체화해 나가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한다.또한 편독보다는 다양한 장르의 독서를 통해 폭넓은 독서력과 더불어 인성과 교양을 두루 함양하고 체찰해 나가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아울러 시중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무작정 읽는 것보다는 과연 자신에게 어울리고 필요하며 사유의 폭을 넓혀 줄 수 있는 도서인지도 신중하게 선택하여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요근래 부쩍 책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교양을 넓혀 가고 세상을 보는 안목이 커졌다고 자부를 하지만 정작 읽어야할 도서를 과연 우선 순위로 하여 읽었는지 자성할 때도 많이 있다.자신에게 맞되 트렌드의 흐름도 경우엔 따라선 중요하지만 선인들의 지혜와 경륜,처세,철학이 담긴 교양서를 많이 접할 수록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경세적인 감각은 넓혀져 가리라 믿는다.

 

조선 명문가의 기준은 다양하지만 문형(대제학)의 배출 유무를 기준으로 삼는데,글을 공정하게 평가한다는 의미의 문형의 조건은 까다롭고 호당이라는 제도(사가독서(賜暇))가 있어 임금은 문과 출신의 젊은 인재들에게 휴가를 줘 특별히 독서를 하게 하였다고 한다.그래서 조선의 명문가는 호당 출신이 대부분인데 이 글에 나오는 55인들의 독서법과 자녀들에게 남기는 교육관은 절로 수긍이 가고 감탄마저 나온다.조선이라는 유학 제도하에서 지금과는 교육제도와 교육법이 다르겠지만 자신과 사회를 위해 입신양명을 기도하고 국가에 이바지하는 이념을 기초로 독서에 전념하지 않았나 싶다.독서법도 다양하고 개인에 따른 차이법이 있지만 공통점으로 느껴지는 것은 다독보다는 중요한 글귀,문장으로 수만 번을 반복 읽기를 통하여 생각하고 외우는 것을 독서의 신조로 삼았다는 점이다.

 

이름만 대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인물들이 당대 내놓아 하는 독서 및 공부 벌레가 아니었나 싶다.특히 조선 후기의 송시열,윤선도,정약용등의 인물을 통하여 그들의 독서교육법과 수양,처세,사상등은 얄팍한 현학적 지식으로 세상을 흔들려는 몰이꾼 같은 자들에겐 커다란 시사가 되리라 생각한다. 삶과 죽음,정독과 다독,환경과 요령,수행과 실용,우연과 필연이라는 부제를 달아 5장으로 엮어낸 독서 교육법은 어린이들에겐 배워야 할 때 배워야 함을 알려 주고 입신양명을 위한 학업의 정진,인격의 완성과 업적을 남기기 위한 수단과 방법으로도 다양한 독서는 꼭 필요하고 당위성을 띠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자식을 훈육하는 입장에서는 왜 독서를 해야 하고 독서를 통하여 얻게 되는 궁극점은 무엇인지를 잘 설명하고 계도해야 할 것이며 평소에 눈과 귀를 자극하는 TV나 동영상보다는 문자의 의미와 행간에 담겨 있는 의미를 파악해 나가는 독서법을 꾸준히 몸에 익히고 차츰 다양한 영역,수준 높은 독서를 통하여 분별력과 통찰력,교양과 지식을 함께 높혀가는 독서 인생을 설계해야 할 때라고 생각이 든다.

 

나가사키

경제 선진국 일본이라는 공간과 테두리에서 고독한 중년 남성과 여성을 만났다.둘은 각기 살아온 환경과 입장은 다르지만 사고무친이라는 공통점이 있다.풍요 속에 고독감과 쓸쓸함에 배어나게 하는 '나가사키'

는 지명만큼이나 서양 문물의 상징과 함께 2차 세계대전의 종식을 알리는 원폭이 투하된 곳이기에 원폭과 함께 희생이 되었거나 살아 났더라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고통과 신음이 후유증과 뒤엉켜 등장하는 두 주인공의 내면 세계와 처해진 삶이 가슴 찡하게 울려 온다.

 

50대 중년 여성이지만 원폭으로 일가 친척을 모두 잃고 홀로 살아가는 중생이고 실업 수당으로 근근히 삶을 꾸려 오다 그것마저 동이 나자 거처를 잃고 배낭 하나,장바구니 하나로 행려하다 사람 냄새가 덜한 중년 남성의 집으로 똬리를 틀게 되고,중년 남성(시무라 고보) 또한 하나 남은 여동생과의 왕래도 없이 사는 쓸쓸하고 고독의 냄새가 질펀한 작자이다.어떻게 보면 고독한 사람들과 죽이 척척 맞을거 같지만 중년 여성의 잘못된 접근이 묘하게 흘러가는데 아무리 신경이 둔하다지만 자신의 집에 수상한 거동과 자취를 알게 되는 시무라 고보는 사무실에 웹캠을 설치하여 결국 수상한 자가 가택 침입을 한 사실을 알게 되고 경찰에 신고를 하며 둘은 재판정에 원고와 피고라는 신분으로 서지만 얼굴을 마주치지 않은 채 판결은 5개월간 감옥살이만 하면 되고 벌금도 없는 홀가분한 결과에 가택 침입 여성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집과 가족을 잃고 방황하던 중년 여성이 찾아간 혼자 사는 독신남의 벽장 살이 1년은 지지리도 궁색했지만 독신남이 집을 나서고 혼자 있게 될때는 어둠 속의 벽장을 훌훌 털어 내고 미닫이 문틈으로 비쳐 오는 햇살을 받는게 그녀의 유일한 행복이고 자유였던 것으로 보여진다.또한 배가 고프면 요구르트 하나,절인 자두 하나,김밥 하나로 냉장고 문을 열때가 처절한 요기의 고동 소리와 꿀꺽 넘어가는 소찬은 그녀의 생명을 이어주고 또 다시 밤이 오고 독신남이 귀가 기척이 들릴 때면 어김없이 두더지마냥 벽장 속으로 들어가 웅크리고 쥐 죽은듯 생활한 것이 1년이라니...독신남 역시 탁 털어 놓고 지낼 친구도 없고 제2의 인생 파트너가 될 여친도 없는 고독한 존재로서 그녀와 법정에 나란히 섰을 때에도 그녀에게 불리한 증언 한 마디 하지 않은 선량하다 못해 주때없는 사람으로까지 비쳐지는데 동병 상련의 정이 마음 속에 꿈틀거리고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

 

현대는 이미 개인주의가 도를 지났고 홀로 사는 싱글도 많아 외롭다든지 쓸쓸하다라는 개념을 넘어 이를 즐기는 부류들이 많은거 같다.그만큼 사람과의 왕래 및 소통보다는 지식과 정보가 고독과 쓸쓸함을 대신해 주지 않은가 싶다.희로애락,예의염치라는 개념을 떠올리게 되고 사람과의 접촉과 소통으로 인해 살아가는 맛과 의미가 있을텐데 시대와 조류는 고독한 군중이 고독을 느끼지도 못한 채 삶을 살아가는 현시대가 그리 가슴 뿌듯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